20180425 블라디보스톡 2일차 두번째 by 유월비

블라디보스톡 여행준비, 환전부터 숙소까지

수프라에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쭉 가면 작은 러시아 정교회 사원 하나가 있다. 그렇게 큰 편은 아니라 들어가보진 않았다. 앞마당에 비둘기가 굉장히 많았던 것만 기억난다. 제법 떨어진 곳에 더 큰 빠끄롭스끼 사원이 있어서 그쪽으로 걸어가기로 했다.
방금 위치에서 15분 가량 걸어 올라가면 빠끄롭스끼 사원이 나온다. 거리로는 그렇게 멀진 않은데 오르막길이라 좀 힘들다. 그렇다고 택시나 버스를 타기에도 좀 어정쩡한 거리였다. 내부로 들어갈 때 예절이 있는데, 여성의 경우 비치된 스카프로 머리를 가리고 짧은 치마나 바지는 되도록 안 입는 게 맞다고 한다. 그런데 우리보다 앞서 들어간 한국 여성분들은 짧은 치마 입고 우르르 들어갔다 나왔는데도 별 제재를 안 받은 모양이었다. 우리는 그래도 스카프 쓰고 들어갔다.
사원 바로 앞쪽으로 난 큰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혁명광장이 나온다. 축제철이 아니라면 광장에선 비둘기 말고는 별로 볼 게 없고 맞은편 굼 백화점과 옛날 굼 마당 쪽에 있는 카페가 둘러볼 만하다. 사실 굼 백화점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백화점과는 굉장히 다르다. 입구도 평범하고 들어가보면 그냥 종합의류매장 수준의 크기라 실망하게 된다. 오르막을 올랐다 내려오니 좀 출출해져서 옛 날 굼 마당쪽에 있는 에클레어 가게를 찾아갔다.
많이 알려진 '브스피쉬카' 혹은 '퍼스트시티' 에클레어 가게다. 굼 백화점 방향으로 가다가 영화관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옛날 굼 마당인데, 이 안에 에클레어 가게가 있다. 골목 안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카페가 모여있으니 찾기 쉽다.
굉장히 작은 가게라 자리가 안 나는 일이 많다는데 다행이 우리가 갔을 때 두 테이블이 비어 있어서 냉큼 앉았다. 우리 바로 옆 자리도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었다. 뭘 시켜도 맛있었다. 코코넛, 라즈베리, 마지막 하나는 기억이 안 난다. 속에 커스터드 크림이었는데. 여긴 후회할 거 없으니 꼭 와보시길.
건너편 혁명광장에서는 주말마다 재래시장이 열린다는데 우리가 간 날은 평일이라 비둘기만 잔뜩 있었다. 간간히 산책나온 멍뭉이 정도나 보였다. 에클레어나 소화시킬 겸 슬슬 걷다가 광장 한켠에 있는 기념품 상점에 들어갔다.
구름다리를 건너 기념품 상점 입구로 가면 동북아시아 3국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. 저 입구로 들어가면 3층이고, 저 층에선 꽤 고급진 물건들을 판다. 체스판, 망원경 등등. 제법 비싸다. 2천에서 5천 루블까지 한다.
3층과 2층 사이 계단에서 냥이가 자고 있었다. 그리고 그 앞에는 냥이에게 수당을 줄 수 있는 모금함이 있다. 너무 귀여워서 동전 넣어줬다. 난 쓰다듬어 주고 한 분은 궁디팡팡 해줬는데 그냥 무덤덤했다.
기념품 종류가 굉장히 많다. 2, 3층에서는 장난감이나 인형, 잡화류를 팔고 1층에서는 술과 초콜릿, 화장품, 차 따위를 판다. 블라디보스톡이 군사도시를 겸해서 그런지 군용품도 매우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. 선원용 힙플라스크나 가죽 권총집, 군복 상의, 나무를 깎아 만든 총 모형이라든지 국장이 새겨진 라이터나 여권 케이스 등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한다. 트럼프-시진핑-푸틴으로 이어지는 강대국 정상 마트료시카까지 있었다. 저 힙플라스크는 세 명 모두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마지막에 가선 어차피 우린 병나발을 불지 저기에 귀찮아서 술 안넣는다는 결론을 내고 안 샀다. 이날은 구경만 하고 맘 좀 정해서 마지막 날에 한꺼번에 살 생각이어서. 잠깐 숙소로 가서 숨 좀 돌리고, 저녁을 먹고 나서 독수리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기로 했다.

이 날의 저녁밥은 수제버거집 '댑(DAB)버거' 다. 숙소에서 블라디보스톡역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 블럭에 있다. 여행 동안 다녔던 식당 중에 가장 젊은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다. 나는 '럼버잭' 을 시켰는데 정말 기본에 충실한 버거다. 고기도 두툼하고 채소도 팍팍 들어가 있고. 밀맥이건 흑맥이건 같이 먹고 마시면 정말 맛있다. 현지 음식이 아니긴 하지만 실패할 걱정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.
일행 한 분은 이곳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셨다. 수제버거 썰기.
식사가 끝날 때쯤이면 이렇게 데운 수건을 하나씩 준다.
즐겁게 배를 채운 뒤 독수리 전망대로 이동했다. 우리야 방금 배부르게 밥도 먹었고 소화나 시킬 겸 슬슬 걸어 올라간 거긴 한데... 다른 분들에게는 그냥 다른 이동수단을 추천드리고 싶다.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이고, 30분 넘게 걸어올라갔다. 케이블카는 저렴하고 빠르게 올라갈 수 있긴 한데 20시에 운행이 종료되고 찾아가는 길도 어렵다. 숙소에서 택시를 부르거나 클레버하우스 앞 버스정류장에서 68번 버스 타고 올라가는 쪽이 훨씬 빠르고 편하다. 4월의 블라디보스톡은 일교차가 심한데다 걸어 올라가는 길은 해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으니 사서 고생은 마시길.

우리가 낑낑대면서 걸어가고 있을 때 뒤쪽에서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독수리 전망대 가시냐고 물어보더니 우리를 따라온다고 했다. 졸지에 길잡이가 됐지만 다행히 한 번에 찾아냈다. 고생은 했지만 그거 잊게 할 만큼 금각교 야경이 일품이었다.

내려올 때는 38번 미니버스를 타고 클레버 하우스까지 바로 내려오면 되긴 하는데... 한참을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. 먼저 와서 기다리시던 한국인 관광객 한 분이 우리한테 말을 걸고 콜택시 합승을 제안하셨다가 마침 16번 버스가 내려와서 아르바트 거리 끝자락까지 같이 갈 수 있었다. 여기저기 길 안내를 해주셨는데 다시금 감사하단 말씀을 드린다.

아르바트 거리 옆 블럭을 지나 클레버 하우스에서 밤참거리를 사들고 숙소에 들어왔다. 이 날도 할리갈리부터 화투까지 이런저런 게임을 즐기다가 잠들었다. 긴 거리를 걸어서 피곤했을 텐데 침대에 누워서 한참동안 카톡으로 떠들다가 잠들었다.